최저임금 10,700원 의결, 노사 모두가 반발하는 '을들의 전쟁' 진짜 이유

동네 단골 식당이나 편의점 유리창에 몇 주째 '알바 구함'이라는 종이가 색바랜 채 붙어있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일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정작 사장님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한숨을 푹푹 쉬십니다.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지요.

지난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도 시급을 올해보다 3.7% 오른 10,70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7일, 소상공인연합회와 민주노총 양측이 나란히 이의제기서를 제출했습니다. 양쪽 모두 이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인데, 대체 왜 우리 사회는 매년 여름만 되면 이토록 시끄러운 진통을 겪는 걸까요?

  • 노동자는 팍팍한 물가 탓에 생활고를 겪고, 영세 사장님들은 인건비 부담에 폐업을 고민하는 '약자와 약자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시급 부담을 피하려 일자리가 잘게 쪼개지며 청년들은 구직을 단념하고, 그 빈자리를 차가운 무인 기계가 채우고 있습니다.
  • 최저임금이라는 단일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국가 차원의 보완적 복지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2027년 최저임금 10,700원

매년 반복되는 진통, 제도의 판단 기준과 결정 절차

198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국가가 임금의 가장 낮은 수준을 강제하여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훌륭한 안전망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기본급 이상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아주 엄격한 판단 기준이 적용되지요.

매년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모여 다음 해의 시급을 결정하기 위한 치열한 절차를 밟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원만한 합의로 끝나는 경우는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결국 기나긴 협상의 진행 순서 마지막엔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표결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며, 올해 역시 기한을 넘겨 표결이라는 아슬아슬한 방식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인상과 동결 사이, 노사가 겪는 현실적 고충

근로자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깊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와,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싶을 만큼 요새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죠? 실질 소득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시급 인상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절박하고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반면, 사용자 측의 현실도 녹록지 않습니다. 시급이 1만 원을 넘어가고, 여기에 주휴수당과 4대 보험료까지 더해지면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할 인건비 기준은 시간당 1만 2천 원을 훌쩍 넘깁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액이 22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며, 밤 장사를 접고 부부끼리만 일해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으시던 동네 식당 사장님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안태현 교수가 진단한 명백한 '을 대 을'의 싸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안태현 교수는 이 최저임금 논쟁을 가리켜 명백한 '을 대 을의 싸움'이라고 꼬집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래도 사장님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되더군요.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10~15%에 불과하여, 월급을 지급하는 주체가 주로 지불 능력이 넉넉한 '대기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무려 26%에 달하는 이례적인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힘없는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넉넉한 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근로자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세 자영업자라는 뜻입니다.

임금 지급 주체

안 교수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시급이 10% 오를 때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폐업 확률이 2.6%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생존을 걸고 다투어야만 하는 구조라니,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21.8% 증발한 지원자, 무인기가 채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

가장 뼈아픈 현상은 우리 아이들이 서야 할 알바 시장의 붕괴입니다. 최근 한 알바 포털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자리 공고는 늘었는데 지원자는 오히려 21.8%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장님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려 주휴수당을 피할 수 있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자리를 잘게 쪼갭니다. 하루 3시간짜리 파트타임 몇 개를 뛰어봤자 교통비를 빼면 밥 한 끼 사 먹기도 벅차다 보니, 청년들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 빈자리는 감정도 쉼도 없는 키오스크(무인기)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시급이 오르든 동결되든 진짜 승자는 '자동화 기계'라는 사실이 참 씁쓸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은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녀들의 첫 사회 진출 계단이 사라지고 훗날 세금을 내며 경제를 돌릴 청년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 4060 세대의 노후와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묵직한 경고입니다.

갈등을 넘어, 모두를 살리는 정책적 지혜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단 하나의 최저임금 숫자만으로 근로자의 빈곤 구제와 자영업자의 생존을 모두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회의실 밖 어두운 사각지대에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근로자가 한 해 276만 명에 이른다는 뼈아픈 진실도 존재합니다.

이제는 짐을 개인에게만 지우지 말고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직접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대폭 확대하거나, 서울시의 '디딤돌 소득'처럼 사각지대를 보듬는 복지 정책이 튼튼하게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장님은 고용의 여력을 되찾고 근로자는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 아이의 팍팍한 앞날이 우려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네 사장님들의 눈물에 공감하게 되는, 참으로 다층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주제입니다. 법정 하한액을 둘러싼 갈등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건강한 지혜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따뜻한 대화를 나누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이전